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기 때문에 감기 자체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 심평원 김수경 평가2부장은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은 일부 세균 감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항생제를 써도 치료효과가 없다"며 "따라서 감기에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선진국에서도 사용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의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은 미국이 43%, 네덜란드 16%, 말레이시아 26% 등으로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에 비해 1.5~4배 높다.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 내성(耐性)이 생겨 점점 고단위 항생제를 써야 하고 정작 항생제가 필요한 질병에 걸렸을 때에는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의 범위가 줄어들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그만큼 쓸데없는 의료비용이 더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제로(0)인 서울 은평구 최창근 내과원장은 "항생제를 많이 쓰면 균에 내성이 생겨 그 사람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할 약"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왜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는 것일까. 상당수 의사들은 "경각심 없이 관행적으로 항생제를 쓰는 의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창근 원장은 "폐렴·기관지염 등 우려가 있으면 예방적 차원에서 당연히 항생제를 써야 하지만 감기환자 100%에 항생제를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일부겠지만 항생제를 과다하게 쓰는 경우에는 리베이트(약을 처방하는 대가로 금품 등을 받는 것)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규모별로는 동네 의원급이 가장 높았고 병원 48.7%, 종합병원 48.2%,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급) 37.9% 순으로 나타나 규모가 작을수록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다.
또
대전과
전북은 각각 51.5, 52.9%로 전체 평균(57.3%)보다 낮지만 광주와 전남은 각각 64.3, 62.2%로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동네 의원들의 주사제 처방률도 25.3%로 여전히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은 8.9%, 병원은 21.6% 등으로 역시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주사제 처방률이 높았다.
종합전문병원은 주사제 처방률이 3.4%로 주요국 권고치 1~5% 범위에 있었다.
한 의사는 "주사 한대 맞아야 제대로 치료받는 것으로 여기는 환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사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항생제(抗生劑)페니실린 등 세균을 죽이거나 발육을 억제하는 물질. 그러나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균들의 일부가 내성균으로 변해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 알레르기 반응, 감각이나 신경 장애 등 부작용도 있다. 감기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